daily/dry 2020. 6. 28. 20:27

DIARY

2017년 부터 매년 내가 뭐했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이었는지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다이어리들이 핸드폰 다음 내 분신처럼 중요했다.

매년 어찌저찌 다이어리를 받아서 쓰게 되어 작년, 재작년을 숫자로 기억하기보단 다이어리 외형으로 그 해를 기억한다.

그런데 일상과 친구, 그리고 내 계획까지 뒤틀린 이 시기에 데이트 외엔 집에 있으니 그 다이어리 마저 무의미해졌다. 어쩌면 올해 받은 스벅 다이어리가 무겁고 두꺼운 탓일지도 모르겠다.

이 사태에 (그나마) 다행인 건 평소에 많이 소비를 안하게 된 것..? 친구를 만나는 대신에 나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상 대만 전공연수 이후 아주 가끔 일기 용도 외에는 제 역할을 잃은 다이어리 말고 5월부터 새로 장만한 5년짜리 다이어리가 내 일상을 채우고 있다.

매일 다른 질문, 그에 대한 나의 답.
크로와상처럼 길게 길게 한겹씩 내 답변이 쌓인다.

하루하루 기억하는 건 게을러 아직 하기까지 조금은 힘들지만 내 일상과 상관 없는 질문들이 어째 불현듯 내 일상을 바꾸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친이 선물받은 책을 내가 나 스스로에게 선물하고, 이사가는 내 불ㄹ랄라 친구에게 또 선물했다.

그렇게 쉽게 질리기도 하는 사람이 2달을 계속해서 하는 걸로 보아 아직 5년이 까마득해보여도 금방 이 책이 채워질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꼭 다이어리가 일상을 채워야할까?

나의 오늘과 상관 없는 질문이라도 과연 나의 오늘과 완전한 관련이 없다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며칠 밀리더라도 계속 써야겠다는 다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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