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dry 2020. 12. 7. 01:18

흰 스펀지

출처 - 쓱싹 멜라민스펀지 매직블럭

항상 카페갈 때 마다 챙기던 드링킹자를 집에서 마셨다. 매번 작은 사기컵에 물을 받아 마시기엔 내방에서 주방까지 몇걸음도 안되지만 그마저도 귀찮았기 때문이다. 나는 물먹는 하마니깐.

2017년 그리고 2018년 학교에서 날밤을 지새우며 시험공부가 정말 하기 싫어서 놀았던 게 생각난다. 그때는 물맛이 이상한 줄 알았는데 보니 속에도 꽤 더러웠다. 그럼 여태껏 나는 곰팡이를 먹은 것 같기도 하다. 당연히 컵은 집에 올때마다 세제로 깨끗하게 씻어 말렸는데도 말이다.

카페 안간지 2주째.. 컵을 행궈서 한번 마시고 안에 얼룩이 신경쓰여 흰 스펀지로 한번 훑어봤다.

분명 이렇게 투명한 컵인데, 흰 스펀지가 움직일 때마다 검은 때, 갈색 때가 섞여 나온다. 

사방팔방 다 휘저으니 거무죽죽해진 스펀지. 

개오글거리지만 꼭 그게 내 마음 같았다. 

 

요즘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나는 나한테 솔직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속을 닦아내면 타르와 니코틴 뿐만 아니라 나를 옥죄던 과거의 실수들 

나쁜 말들 안좋았던 행동들 

기억

그 때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설거지하며 이렇게 많은 때에 놀란 내 옆에 엄마가 

그건 안보이는 때들까지 다 닦아내서 그래

라고 했다.

 

이리도 유용한 스펀지가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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