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dry 2018. 1. 18. 03:05

나는 대체로 더디다


운동을 하다 문득 든 생각

4개월 한 나는 아직도 초급 단계다.

그리고 요즘 체대를 다니는 중학교 친구와 일본어 스터디를 한다.

중학교 당시 그 친구를 보면서 '진짜 잘한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왜 난 저정도까진 못할까 항상 조급했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운동을 하면서 '그 친구라면 이미 이정도는 금방 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이거 열등감 맞다.

근데 이 느낌을 이 친구한테서만 받은게 아니라

거의 주변 사람 모두에게서 느낀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기억은 별로 나지 않지만

처음 학원이란 것을 다녔던 4-6학년 때 거의 처음으로 열등감이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수학학원 1시간 끝나고 항상 동네 친구들과 단지 내 놀이터에서 노는게 일상이었다.

그와중에서 나는 수학을 잘 못해서 대개 20분에서 한시간 정도는 남아서 끝을 보고 갔다. 그게 4학년때 부터 6학년 때까지 쭉 이어졌다.

어째서 내친구들은 빨리 푸는지, 나는 이게 왜 안되는지, 또 기다리느라 얼마나 지루할지, 내가 공부못하는 게 쪽팔렸음에도 그렇게 노력은 안했다.

이제서야 엄마가 날 걱정하고 기본적인 것 마저 모를까 설명해주는게 이해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재수 때 실패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선적으로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방치한 점

또 남들과 나를 비교하여 조급하게 행동했던 점

그중에서도 학원 진도에 따라가지 못했던 것.

마지막 이유 때문에 나는 삼수 때 혼자 공부했다.

그마저도 평소에, 수능 때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운빨이다.

그래도 그 기간을 항상 징징댔지만 버틸 수 있고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나에 대한 정확한 인지와 꾸준함이었다.


매주 토요일 수학질문 뭉텅이를 들고가서 조교한테 물어보고 오답 노트를 정리하고 . 사실 그 조교한테 따로 과외비 내야할 정도로 정말 많이 봐줘서 고맙고 미안하다. 그때는 김영란법도 없었을 때라 가끔 양심에 찔려 먹을 것도 사다줬지만. (사실 저촉 안됨ㅎㅋ)

그렇다 초등학교 때 부터 되지 않는 수학으로 10년을 골머리 썩을 줄이야.

다시 중학교 체대친구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볼 때 그 친구는 알파걸 수준이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였고 정말 못하는 게 없는 아이였다.

고등학교에 오니 이 친구 같은 애들 천지였고 점차 내가 가치없어 보이기 시작한다. 공부적인 측면 이외에도 외적인측면, 거의 모든 것에 위축되었다.

어렵사리 대학을 오니 고등학교 애들은 쨉도 안된다는 것을 또한번 느꼈다지.


고작 1년 밖에 안다녔는데도 그렇다.

3월 입학하기 전부터 '오메데토' 라고 말하는 동기들한테 뭐냐고 말하기 전에 눈치로 대충 때려맞추고.

이제서야 그나마 좀 배웠다고 화장실에 박혀있는 퍼펙트휩 뒤에 설명을 읽어본다.



어릴때부터 노오오력을 하기 싫었던 나의 떡잎.


오늘 운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월볼샷 100번을 넘겼다.

그덕에 나랑 팀워드 하신 분이 200번 했다.

아직도 난 내가 뭘 잘하는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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