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out 2020. 8. 6. 02:16

마티아스와막심/아이즈와이드셧 @강변CGV

이유없이 영화관 어플을 둘러보다 항상 눈이 가는 아트하우스 차트를 살폈다. 

어쩌면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요즘 잘만 하면 영화를 1000원부터 7000원선에서 볼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이 동동떠다녀서일지도 모르겠다.

박스오피스에 올라오는 영화를 굳이 굳이 찾아 보는 성격은 아니기에 이번에도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추리다 보니

밤쉘, 헤이트풀8. 밤쉘도 고민 많이 했는데 상영관이 가깝지 않아서 포기할 때쯤, 호기심에 뭔가 싶어서 눌렀던
<마티아스와 막심>. 알고보니 넘나 잘 잊고 있던 (그)자비에 돌란.

나는 아직도 <단세끝>OST를 듣는다. 영화가 기억에 남지 않을지라도, 영화 시작부분과 중간에 약간 이질적인 화목한 가족들의 모습과 과거 회상 등. 적절하게 브금을 쓸 줄 아는 이 감독을, 당시 꽤 논란이 되었다 한들, 좋아하는 축에 넣었기 때문에 '당연히'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여기에 스크린말고 수만개 LED로만 접한 큐브릭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또한 매우 강력한 인력이 작용했다. 사실 <샤이닝>을 스크린으로 제일 보고 싶지만 차선도 아니고 그냥 큐브릭이니까 이것도 '당연히'였다. 

격한 표현이지만 좋은(아마도,,)의미로 이 두 또라이들가 만들어낸 향연에 취하는 하루였다. 

 

 

<마티아스와 막심> (2019)

<Matthias et Maxime>

 

출처 - https://extmovie.com/movietalk/57613254 

 

줄거리는 각설하고 (알아서 찾아보시고) 내 감상만 쓸거다. 그리고 스포일러 주의 

내가 마지막으로 본 전작 <단세끝>은 자의식 과잉.. 등 혹평을 꽤 많이 얻은 작품이다. 나 역시 거기에 부정할 수 없고 실제로 좀 루즈하다고 느꼈다. 이전에 보여줬던 작품들에 비하면 뭔 개소리를 하는 건지 가족들이 투닥대는 장면이 주를 이루고 보는 사람도 짜증을 유발할 정도로 꽤 길다. 돌란의 작품들은 항상 부모와 갈등, 집이 집 - 휴식과 안정을 위한 장소 - 으로써 역할을 못하는 것이 기본 설정이다. 항상 'Sturggle' 하는 과정을 그린다. 어쩌면 나도 이에 어느정도 공감을 하기에 그의 영화를 찾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 <마티아스와 막심>에서도 여전하다. 집보다는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피하는 모습은 사실 찔려서 할 말을 잃었다. 가족에 대한 결핍. 25살이지만 정신연령은 아직 중학생인 나처럼 다들 나이 먹고 몸만 자랄 뿐 하는 행동 보면, 후에 서술할 '빌'이나 얘네들이나 애새끼다. 어쨌든, '설마' 했던 그들의 우연한 키스가 감정을 깨우는 파동이 될 줄이야. 이야기 자체는 기시감이 들고, 안좋게 말하면 좀 뻔하다. 다만, 돌란이 연출하는 표현방식, 빼놓을 수 없는 음악에 집중했다. 그 점에서 나는 엄격하지도 깐깐하지도 않은 사람이기에 전작보다 꽤 만족스러웠다. 비록, 전작들만큼이나 뇌리에 박히는 음악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키스신 전 후 주로 빨간옷, 붉은 흉터가 눈에 들어오는 막심. 넓은 통창으로 빌딩 숲이 보이는 곳에 스카웃되는 마티아스. 시들어가는 화분 그리고 파란색 셔츠. 청청. 하지만 키스신에서 마티아스는 빨간 폴라넥, 막심은 하늘색 티를 입는다. 대조와 교차. 오랜 시간을 알고 자라온 그들이지만 참으로 다른 삶이다. 그 날이후 매우 심경이 복잡해보이는 마티아스. 여친은 대수롭지 않다기엔 좀 비약이지만 본인이 제일 신경쓰면서. 결국 방식이 서투르고 형언하고 싶지 않을정도로 유치했지만 순식간에 폭발했다. 출국일에 찾아온 그의 심경은 반가움이었을까. 아니면 아쉬움이었을까.

 

"CONTRAST & PARALLEL"

 

사랑이냐 우정이냐. 이제는 단순하게 뭐라 답하기 어려운 시대 아닌가. '왜?'라는 질문은 던질 수 있으나 그 대답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결정짓는 것이다. 퀴어영화를 어느 순간부터 많이 접하고 있고 확실히 10년 전보다는 한 장르로 정착되어가는 모습이 꽤나 괄목할 만한 변화라 생각한다. 사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나는 이게 '로맨스'이긴 하지만 어쩌면 우정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정도 사랑의 한 형태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꼭 그것이 '異性'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우정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막심은 후에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마티어스는 분명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지만 막심을 애인의 범주로 넣지 않을 거 같은 확신이 든다. 결국 우정을 위장한 사랑을 지속해 나갈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그것이 어찌되었든 규정짓기 나름이지만 서로가 애틋하기에 '그런 사이'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사랑이 먼저인지 우정이 먼저인지. 딱히 규정짓기 힘든 관계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관계 규정이 보이는 사람한테 중요하진 않고, 당사자들이 좋다면 좋은거. 그게 내 결론이다. 

포토카드를 뽑을 생각에 신이 났지만 통신사 할인으로 예매한 거라 못 뽑은건 좀 아쉽다. 아니 매우 아쉽다. 

 

 

<아이즈 와이드 셧> (1999)

<Eyes Wide Shut>

삼수 끝에 미친듯이 영화를 보던 시절, 아마 1월에서 2월 쯤. 오후 한시쯤 일어나 이 영화 보고 참 많은 충격을 받았었다.그 당시에는 그래도 조금은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보니 내가 놓친 부분들도 많았고 그때보다 또 시간이 흐르니 이해되는 부분들도 생겼다. 어쩌면 후에 결혼할 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그때 보면 또 새로울 것이다. 그리고 위압감은 여전했다.

<마티아스와 막심>을 본 상영관인 아트하우스 전용관 '전도연관'에서 같은 자리에 예매를 했다. 사실 영화를 두번 연달아 보는 것도 그렇게 내가 영화 본 날들 중에 흔한 경험은 아닌데, 더군다나 같은 상영관이라니. 그래서 이 영화들을 예매한 거지만 기분이 좀 묘했다. 그냥 표현하기가 참. 어렵다. 뭔가 그냥 앉아 있을까 했지만 청소하시는 분들께 폐를 끼치는 거 같아서 다시 나와서 공기 좀 마시고 바로 들어갔다. 뭔가 생각도 정리하고 OST도 찾아보고 배우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알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아와셧 리뷰인데 아직도 전 영화 얘기하는 중..ㅎ 그렇게 정신없이 들어가니 광고도 생각보다 짧게 하고 전 시간엔 나 포함 4명이었는데 이번엔 그래도 감독 닉값때문인지 한 10분 정도 계셨던 것 같다.

앞에 워너브라더스 영상 이후에 바로 왈츠와 함께 시작하는 장면. 이렇게 바로 시작하나. 30년 이란 시간 동안 뭔가 다들 설명하고 싶은게 많아졌을 지도 모른다. 초반 한시간 정도는 아내의 솔직한 발언에 충공깽인 의사양반.. 에서 공감성 대리수치 장면은 다시봐도 두눈 제대로 뜨고 못보는 장면이다. 그 이후에 벌어지는 기이한 상황들. 그리고 똑같은 창놈이면서 여자한테 책임전가 하는 지글러. 사실 초반에 앨리스가 웃을 때 나도 웃겼다. 그 전엔 '왜 웃지?' '과도한 넘겨짚기 아닌가' 했는데 아니었다. 여자만 지고지순한 사랑을 해야하는가. 그리고 뭔데 날 믿어. 그리고 실제 있지도 않았던 일 (사실은 모르는 거지만)에 대해 혼자 상상하고 개수작 다 하는 남편. 물론 '남편'이니까 별별 생각 다 들겠지만.. 있지도 않은 일에 혼자 죠랄하면서 리벤지 마냥 풀려고 하는지. 호기심 천국 찍다가 단단히 찍혀버렸다. 빌어먹을 놈이라 '빌'인가..ㅎ?실제로 마지막에 비는 건지 뭔지. 영화 자체는 부부의 권태기와 바람.. 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 같지만 모두 다 알듯 알 수없는 그 곳(?)에 대한 내용이지 않은가. 자비에 돌란 OST보다 이 영화의 OST를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 알바하면서 막힌 음원들을 전에 ㄴㅇㅂ에서 다운받은 걸로 듣고 있을 정도였으니. 내가 이 영화를 놓칠 수 없었다. 그래도 맘에 들었던 포토카드. 그리고 드디어 스크린을 통해서 본 큐브릭. 만족스러운 영화 관람이었다. 

 

결국 사는 건 똑같다. 

 

오늘 본 영화 그리고 어제 만난 친구와 한 이야기 모두 다 사랑을 다룬다. 어쨌든 영화는 사람이 만들고 주로 사람에 관한 혹은 사람을 둘러싼 이야기를 하니까. 특히 두 영화 모두 욕구가 드러난다. 같은 사랑이고 , 성욕이지만 참 많이 다르다. 물론 두 영화의 지향점과 시사하는 바가 다르니깐.

아직 좀 더 여운이 남는 건 <마티아스와 막심>. 그게 꼭 동성애가 아닐지라도 우리가 사는 이야기에 가까워서. 남 얘기 같지가 않다. 꿈, 미래에 대한 걱정. 사랑에 흔들리는 마음. 나 그리고 우리가 겪어서 알기 때문이다. 사랑인지 우정인지 주저하는 모습 마저도 '기시감'이라는 게 실제로 많은 레퍼런스가 되지만 결국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말하는 '돌란식 자기자랑' , '자기애'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 인가 사실 나는 전보다 많이 차분해졌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래서 돌란의 작품 중에 베스트라고 말하긴 아직 좀 그렇지만 - 돌란의 인터뷰를 보니 이게 제일 마음이 간다더라 - 그래도 좋아하는 축에 속한다. 평을 보니 유치해서 못봐주겠다는 사람들의 말에도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라서. 하지만 나에겐 그렇게 '왜저랩' 포인트는 아니었기에, 엄청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렇게 영화에 온전히 집중한 날이 있을까. 애초에 올해 영화관을 간게 손에 꼽을 정도다. 

<1917> 올해 초에 보고, 그 다음영화가 6월 말? 쯤 본 <부력>이 끝이다. 기대했던 <사냥의 시간>도 넷플행이었지만 혹평에 굳이 찾아보진 않았는데 집오는 길에 빅이슈까지 사버렸다. 빅판 활동하고 몇번 사고 이렇게 좋아하는 배우가 커버 모델이라 산거는 처음인듯. 의자에 앉아 계셨지만 구호를 외치며 판매하시는 빅판분께서 많이 지쳐보였다. 항상 가면 밝게 인사해주시는 분인데. 맨날 조그만거라도 챙겨가야지 해놓고 까먹는다. 챙겨가는 날에는 안오시고. 결국 삶은 타이밍.

아무튼 방학 좋다는 게 이런 날을 위해 있는 얘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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