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daily
2019. 4. 17. 22:20
설거지하다 든 단상
3층에서 어릴 때부터 쭉 살다보니 설거지를 할 때 항상 밖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초등학교 때는 밖에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재밌겠다. 부럽다. 라는 생각하면서도 막상 나가지는 않았다.
중학교 때는 밤을 새면서 창틀에 앉아 지나가는 차 보는게 내 유일한 힐링타임이었으리라. 넘쳐나는 새벽감성에 수많은 흑역사를 만든 단초가 되는 역할도 하였다.
고등학교 때는 언젠가부터 경쟁의식이 생겼다. 106동이 잘 보이는 우리집에서 몇몇 친구네 집을 피핑톰 마냥 지켜보았다.
나보다 더 늦게 자나? 아니면 학원갔나?
그들은 내가 이러는 걸 몰랐을 수도 있고 역으로 우리집을 봤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집집마다 켜진 조명들을 보며 오늘도 잘 있어서 다행이구나 싶다.
전구의 모양과 색깔은 달라도 모르는 사람끼리의 안부, 대화가 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뭔가 캄캄해져가는 우리 아파트도 많이 늙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