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일기/實戰 2021. 11. 24. 21:10

친구따라 강남구 갔다.

10월 중순. 

빌어먹을 JPT 시험을 매우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꼭 이때 끝내겠다고 다짐, 그리고 다짐을 했는데. 

10월 초에 집중 못한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시험 일주일 전 영화 촬영 보조, 와인 한병 다 마시고 취하기 등.

애초에 간절함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시험 본 다음날. 학교 한바퀴를 둘러보고 친구가 카페에서 넌지시 같이 가자고 했던, '외국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에 가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화사에 될때까지...(비가 올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마음으로) 지원해볼 생각이었는데, 9월 말 CJ ENM 쓴게 마지막 자소서지 뭐니.  그래서 내 썩어문드러진 게으름과 기강을 다 잡기 위해 무작정 가보았다.

이력서, 포트폴리오를 미리 뽑아갔다. 근데 그것도 나는 전날에 뽑은게 아니고 집 앞 부동산에서 뽑느라, 예정시간보다 늦게갔다. 부동산 프린트를 너무 과신했다. 그렇게 레이저가 아닌 프린터기는 너무 오랜만이었다. 

3호선. 내가 오금살았다면, 조금이나마 어딜 가더라도 10분 정도는 소요시간이 줄어들었을 거 같다.

정말 별 생각 없이, 아니 별 생각하지 않으려 애를 쓰면서 학여울에서 하차. 

 

미리 봤던 기업 리스트도 두고 온 채로 입장하였다. 기억에 의존해 갔던 첫번째 부스는 독일계 기업. 그런데 영어를 주로 사용한단다. 

내 이력서가 영화 관련한 내용이 맨 앞에 있어서 담당자분께서 이쪽으로 찾아보는게 어떻겠냐며...

'알고 있어요.'

그러고 나에게 질문할게 있냐며. 물어봤지만, 아무리 봐도 내가 갈 곳은 아닌 것 같아 돌아보겠다고 하며 머쓱하게 나왔다.

 

사실상 나에겐 하나의 선택지. 많아봤자 두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완전 일본계를 가거나 아니면 미디어 관련 업종.

그런 곳이 딱 한 곳 있었다.

그래서 딱 자리에 앉자마자 자소서를 드렸고, 그자리에서 바로 자기소개를 시키지 않던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말했는데 썩 내가 생각해도 기억에 남는 자기소개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 자기소개서를 보면 '영상팀이 좋아할 것 같다' 고 하셨다.

하지만 정규직 채용은 이미 지난달에 끝나서 내년 3월을 노리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두개 부스만 보고. 박람회장을 나왔다. 

 

친구랑 밥먹고, 또 다른 친구를 만나고. 그래 내년에 지원해야지.. 했는데 그 다음주 나에게 면접보라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외국인 친구랑 같이 면접을 보고. 또 내가 직접 일할 곳에 가서 면접을 보고. 나는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부름을 받았다.

 

안그래도, 마지막 면접에서 영화관련한 업무가 아닌데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잠시 생각했을 땐 

 

' 안괜찮아요 '

라고 하고 싶었는데.

막상 또 사람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나는 이번주까지만 자유로운 생을 보내고, 다음주부터 서울 동남쪽에서 서북쪽에 달하는 거리를 왕복해야한다. 

사실 그런 출퇴근 보다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버틸지가 걱정이다. 

 

앞으로 없어질 평일의 나태한 시간들과 정말 숨을 쉬지 못할 듯이 조여오는 아침 필라테스를. 잃어버린다.

 

항상 다른 친구들을 볼때면, 쟤는 어떻게 되겠다는 짐작이라도 가는데, 나 스스로에 대한 짐작은 전혀 하지 못한다.

그냥 막연했고, 막연하다. 

 

내가 여기서 얼마나 버틸지 혹은 즐길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에겐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 너도 이제 어른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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